딸이 이마에 여드름이 슬슬 난다. 이마야 그렇다 치지만 눈 아래 볼까지로 번지면 안 되니 경각심을 주려고 나의 옛날 얘기 하나를 해 줬다. 그냥 “세수 깨끗이 자주 하고 머리 이마 덮지 말고 까고 다녀라” 라고 해서는 말을 안 들을 것 같아서.
삐삐 + PC 통신 시절.. 나 대학교 1학년 때 몇 개월간을 PC 통신 + 삐삐의 텍스트만으로 사귀던(?) 여자가 있었는데 물론 일반전화도 하긴 했을 것 같은데.. 말도 너무 차분하고 수줍음도 많고 따뜻하고 아무튼 참 여성스러운 느낌의 여자라서 막 얼굴도 모르지만 너무나 좋은 감정을 느끼면서 사귀다가(?) 서로 너무 좋아서 결국 몇 개월 만에 성신여대 앞 돈암동에서 설레는 첫 만남을 가졌고.. 만나는 순간 그분의 얼굴에 여드름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고.. (몸매도 살짝 통통하셨고..) 그래서 적당히 음식점과 카페 정도 갔다가 밤 늦게 정중히 헤어지고 그후로 연락을 하진 않았다는 얘기를 딸에게 해 줬다.
여드름의 중요성을 얘기해 주려고 한 건데 아무튼 그 여자분은 이름도 기억 안 나고 얼굴은 대충 느낌만 떠오르지만 어디서 잘 살고 계신가 하는 생각을 했다. 잘 살고 계시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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